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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퍼플人

퍼플방송 김춘호님

본 인터뷰 내용은 지난 2006년 사커월드에 소개되었던 내용입니다.
그러므로 원문 출처는 사커월드이며, 본 블로그에 전문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커월드측의 요청에 의해 일부 공개후 사커월드로의 링크로 바뀔 수 있습니다.

출처 : 사커월드(http://soccer4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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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아마도 예전에 구효진씨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축구 기술서는 많아도 축구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고. 인생이라는 단어를 들먹이게 되는 순간 이미 거창하기 짝이 없는 주제가 되어 버려서 인지 인생에 축구를 어떻게 껴 맞춰 즐기는가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05년 아스날의 FA컵 결승전이었다. 아스날의 FA컵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스날의 이날 상대가 맨유였다는 기억을 떠올려 내는 데는 인터넷 검색의 도움까지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100% 맨유에 대한 인상은 지워져버린 경기. 그런 좋지도 않은 기억력에 그나마 아스날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우선은 진행하기 편하도록 그녀의 이름을 정해 보자. ‘로라’ 어떠한지? 굳이 그녀의 이름을 어거지 작명을 해서라도 올릴 필요는 없겠지만, 이름 없이 계속해서 그녀라는 3인칭만을 사용한다는 것은 왠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지칭하는 듯 미지근하다. 뭐, 로라가 아닌 다른 이름을 여럿 생각해 보았지만, 헬레나라는 이름은 너무 달착지근하고, 제인은 너무 교과서 적이다.

구불거리는 은발의 로라는 아스날의 머플러를 들고 E석에 있었다. 머플러를 가슴에 꼭 끌어  안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녀는 매우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그날의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 아스날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서양 사람들의 나이를 가늠할 능력이 없어 구체적인 그녀의 나이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언뜻 60대 후반정도로 보였다. 상대팀의 이름은 잊어버렸으면서도 그날 FA컵의 우승자가 아스날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온전히 그녀 덕분이었다. 그녀가 아스날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아스날의 머플러 때문이다.


로라를 본건은 찰라에 가까운 짧은 순간이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 저편으로 E석의 낮은 관중석에 은발의 한 여성의 모습이 언뜻 지나갔다. 그녀는 매우 나이가 많아 보였고, 아스날의 머플러를 들고 있었고, 그녀의 주변에는 그녀와 비슷한 나이에 초로의 신사들이 앉아 있었다. 로라의 좌우 앞뒤 어느 쪽에도 그녀와 가족이다 라고 보일만한 사람은 없었다. 로라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 옆에 끼고 있을법한 손자라던가 아들이라던가 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그 자리에 있었던 이유는 오직 아스날이라는 팀 때문인 듯 했다.

그녀의 존재감. 나이많은 여성이 축구장에, 한팀의 명예를 위해 가슴졸이며, 그들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는 이질적인 존재감. 그녀의 존재는 내게 나이가 든다해도 여전히 축구를 즐겨도 된다는 면죄부를 선사받은 느낌이었다.



2006년 5월 10일


2006년 5월 10일. 퍼플 아레나. 대전대 전남의 경기, 배기종 선수의 골이 터졌다. 그리고 그날 퍼플 방송의 경기 중계는 인터넷 상에서 크게 회자되었다.

배기종 달려갑니다- 배기조오오옹

꼬오오오오올
배기조오오옹

대전 시티즌의 최신기조오오옹
배기종이-
후반 86분에-
전남 용가리들에-
아가리에다 여의주를 쳐 넣습니다아아아~

전나아아아아-암

아가리에다가 여의주를 쳐 넣으-은
배기조오오옹

여섯골째입니다 배기조오오옹
배종미 기뻐해줘라 오빠가 골 넣었단다
이야아아~ 신난다~!

형님의 멘트에 일순 전국이 들썩였다.






[인터뷰]축구소년소녀, 축구를 즐기다- 김춘호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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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퍼플방송!

우리 방송국장, 이원익씨가 중학교 후배입니다. 2003년도인가 서포터 내에서 알고 지냈는데 그 친구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그때 전남인가 어디서 윈엠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였죠.


“우리는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는 거여요.


“그럼 어떻게 보냐?”

“빔 프로젝트 뭐 노트북 그 장비만 있으면 볼 수 있다.”


고 해서 그 당시에는 2003년 5월로 기억하는데, 제일 처음 무선인터넷으로 수원전을 중계를 했어요. 그때는 무성에 가깝게, 거의 소리 없이, 누가 파울 당했으면 파울, 경고 받았으면 경고 이정도만 얘기했어요. 인터넷에서 회선을 하나 받아서 하나만 중계를 하는 거예요. 그 회선을 받아 우리 사무실에서 빔 프로젝트로 쏘면 목소리 키워서 여럿이 모여 맥주 마시면서 대전시티즌 경기도 보고 그럴 수 있는, 그런 취미로 시작했죠.

올해 들어서 퍼플방송으로 진행하게 된 것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퍼플크루 유준호 회장님이 부탁을 해서 그러면은 우리가 소모임(딥퍼플)에서 취미활동으로 했던 것을 확대해보자 하게 됐죠. 그런데 인터넷 환경도 뒷받침이 되어줬죠. 아프리카라던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와우로이 같은 것이 생겨난 덕분이죠. 특히 우리가 와우로이하고 잘 맞는 게 와우로이는 저장까지 할 수 있어서 다음에 다시 볼 수 있다는 그런 장점이 있드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넷 환경이 되니까, 할 수 있다, 퍼플방송을 할 수 있다 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원익씨랑 연구를 했어요. 초창기에는 그런 방법을 잘 몰라가지고 KT하고도 접촉해보고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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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는 데, 힘든 거는 우리 영상이 그 깔끔하지 않다는 거하고 각 구장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적응을 잘 못하는 거, 그래서 우리 팀은 방송사고가 주특기라는 거(웃음) 큰돈 않들이고 취미로 하다 보니, 가끔 가다 기계가 고장이 나요.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방송할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는 거 그런 거죠. 아, 그리고 또 하나는 K-리그 연맹에 방송중계권이 있다는 거. 결국 우리방송은 어찌 보면 묵인 하에 하는 거 자나요. 그네들도 하고 있는 건 알면서도 굳이 제재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서 모르는 척 하기 때문에 가능 한건데......

성남 윤부장님이라고 그분이 성남 직원분이세요. 그 양반은 자기가 직접 방송도 하시는데 전광판에 내보내는 카메라를 따서 전문 방송처럼 해요. 그러다 보니 전에 어디 녹화중계를 따서 하다가 제지가 들어온 적이 있다고 하드라구요.

우리는 그냥 취미 삼아 하는 수준이라 아직 말이 없는 거 같긴 한데......



각 경기장별 방송환경에 대해


대전시티즌의 대전월드컵 경기장이 여지껏 다녀본 경기장 중에서 제일 환경이 좋죠. 카메라 각도라던지, 인터넷 환경이라던지, 각도가 참 잘 나와요. 경기장 마다 중계 카메라 높이가 다 달라요. 전북 같은 경우는 2층에서 해야 하고, 다른 정확하게 집어 말해도 되나? 전남 같은 경우는 우리가 실수 했던 게 거기는 공유기를 쓰더라구요. 공유기를 하면 저쪽(와우로이)에서 못받아 들거든요. ip 주소가 정확히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방송사고가 한번 난적이 있어요.

포항같은 경우에도 장소가 협소해가지고, 기자들이 차고 나면 자리가 없는데 무선인터넷도 않되기 때문에 기자석을 벗어나서 카메라를 잡을 수가 없어요. 간신히 해도 각도가 좋지 않거나, 장내 아나운서 마이크가 바로 옆에 있어가지고 소리를 못 지르는 거예요. 내 목소리가 곧바로 장내 마이크게 소리가 들어 가버리니까.


서산 같이 종합운동장형태로 되어 있는 데는 인터넷 환경이 않되어 있어서 가기 전에 미리 무선 인터넷을 신청 해놓고 가서 방송을 한 경우도 있고, 또 제일 재밌는 것은 김천에서 작년에 FA컵 16강전 대전하고 미포하고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윈엠프 방송을 했어요. 경기장에 무선인터넷 설치를 기자석에 해달라고 했는데 잘못 전달 되서 기자실에 설치해줘 가지고는 1층 창고에서 랜선을 빼가지고 창문으로 보면서, 중계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수원은 무선은 되어 있는데 랜선이 없어요. 물론 대전은 무선, 랜선 다되고-

그래도 각 구단별로 방송하는데 협조는 큰 무리는 없어요 심지어 서산 같은 경우에는 직접 KT에다가 요청해서 무선을 설치해야 했는데 두 번이나 그렇게 해줬어요. 작년 연습경기하고 올해 FA컵.


그래서 올해 리그가 끝나면 백서형식으로 해서 각 경기장 별로 인터넷 환경하고 방송하는데 필요한 거, 장비가 뭐뭐 필요하다든지 이런 걸 한번 퍼플게시판에 올릴 려고 하거든요. 제주도는 어떻고 제주도는 랜선이 몇 미터이상이 있어야 하고, 무선 인터넷 쪽으로 가면 카메라각도가 않나오고 이런 것 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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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퍼플 방송은 그리고 인터넷 방송은

5월달에 네이버 모회사인 NHN(주)에서 연맹하고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희가 처음에 중계시작하면서 앞으로 방송이 발전하면 어떤 식으로 발전을 해야 할까 생각해봤어요. 그 때 생각 난 것이 우리는 우리 대전 꺼만 중계를 하는 거예요. 수원은 수원 것만 중계를 하고.

하지만 원하는 사람은 모두 볼 수 있게 네이버나 이런 쪽에서 인터넷 채널을 제공하는 거죠. 그러면서 네이버에서 광고가 필요하면 광고도 넣고. 그런 식으로 인터넷 방송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우리는 제주도 까지 갈 필요가 없고, 제주도의 그 팀이 방송을 해주면 네이버에서 보는 거예요. 물론 편파방송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가 가서 하면 가서 하는 대로 채널을 2개 준다는 지 ,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게 가장 적절하다고 보거든요.

네이버 입장에서 중계를 하다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는 편파방송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공지를 하면 돼죠. 이 방송은 대전 편향의 중계방송이다 볼 사람만 봐라, 맘에 않들면 음성 꺼놓구 동영상만 봐도 되는 거니까, 아니면 화면을 따가지고 재차 다시 상대팀 편향의 해설로 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진행하면 그게 약간의 7초나 몇 초 늦어지는 게 크게 문제 될 부분은 아니거같구. 반대로, 중계하는 사람들의 언어순화, 자질 이런 부분들은 간단한 교육으로도 어느 수준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고는 싶은데, 자꾸 일이 커질까봐 못하것어요. 기본적인 삶이 있는데 생활이 있는데 축구에 너무 깊이 빠져 들까봐, 그럼 얘기만 하지 말고 니들이 한번 해봐라 할까봐 그게 무서워서 얘기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전남전 중계로 인터넷에서 크게 회자 되신 거 알고 계세요?


그건 좀 부끄러운 얘기인데. 박지은씨인가 그분이 퍼플크루홈페이지 수다게시판에 올려서 봤는데 어디 들어가니까 실제 티비 중계화면에 멘트만 내가 해설 한 것을 입힌 것도 봤는데...... 그거 듣는 사람 기분 나쁠 거 아녀요. 우리 쪽에서는 통쾌하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뭐 저런 식이 다 있나 그러기도 하고, 전남팬들이 들었을 때 기분 나쁘자나요.

그래서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많이 했어요. 하는 건 좋은데, 다른 사람한테, 선수한테, 심판한테 상처 주면 않되자나요. 전남 전 이후에 우리만 보는게 아니구 또 우리만 듣는 게 아니고, 선수들도 보고, 선수 가족도 보고, 심판가족도 보고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선수들에 대한 얘기를 조심하게 되드라구요.


예를 들어서 대전시티즌하고 미포조선하고도 FA컵 경기를 김천에서 할 때 임영주 선수가 한골 넣는 순간 미운 오리 새끼라고 했거든요.

“임영주 선수 미운 오리새끼에서 벗어납니다. 뭐 미운오리새끼 어쩌구 저쩌구 백조가 됩니다.”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 듣는 임영주 선수는 아, 내가 이렇게 미운 오리 새끼마냥 미움 받고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할까봐, 나는 좋은 쪽으로 할려고 했던 말이었지만 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임영주 선수가 거기 그라운드에 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 방송을 가족이 봤던가 했을 때 나는 좋은 쪽으로 얘기한다고 했는데 선수는.....

그렇게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 나서는 통쾌하고 유쾌한 것도 순간 생각나서 이걸 표현할까 하다가도 딱 멈추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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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이후로 다른 경기장에 경기 방송하러 가면 알아보고서 잘 해주시는 곳도 생겼어요. 구단 관계자들이 다 알아 보고, 특히 홍보팀 이런 데에서 알아보고서 자리나 선도 찾아서 주시고, 부산같은 경우 그랬어요.

어짜피 퍼플방송은 첨부터 구단의 협조를 받아서 했던 것도 아니구 서포터로 들어가서 무선 인터넷 되는데서 만하고 그랬죠. 그래도 카메라 각도 라던지 이런 것을 살피다 보니까, 좋은 자리를 찾게 되요. 그런데 방송국들에서 K-리그 중계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그 좋은 자리들이 우리 차지가 되는거죠.

퍼플방송에 함께 하시는 분들


우리 이원익씨, 자기가 먼저 방송해보자는 얘긴 꺼냈지만, 선배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아요.   그래서 정한 게 중계방송이 없는 경기만 가자. 그런데 그 일정이 일찍 나오는 게 아니라 거의 경기 때쯤 되가지고 나오기 때문에 우리도 일정잡기가 힘들어요. 일요일에도 원정까지 가는 거에는 시간을 못 낸다던지, 이러니까, 한번 간다고 하는 건 정말 큰 맘먹고 가야하는 일이죠.

그리고 카메라 이대우씨, 이대우씨는 성격이 느긋하고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를 보면 잘 잡아요. 어디서 배우고 그런 것도 아닌데, 잘 잡아요. 그리고 좋은 게 우리 팀 모습만 잡으니까, 뭔 일이 있어도 골 넣어도 우리 선수들 표정 잡고, 상대방이 골 넣어도 우리 서포터 표정 잡고 넘어져 있으면 우리 선수 잡아주고.


첨에는 우리가 한동안은 우리가 카메라를 2대 3대 놓고 캡쳐 해가지고 방송국마냥 했었는데 이게 너무 힘들어요. 또 장비가 이렇게 하면서 화질이 더 않좋아져요. 회선이 여러 개 꼬이고, 그렇게 하면 방송장비를 좀 더 구비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해요. 다들 너무 고생이 많아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이게 취미 생활이 되어야지 이거가지고 스트레스받아서는 않된다 생각했여요. 그렇게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취미가 아니었던 적이 있어요. 예전에 늦으면 이거 늦으면 않되는 데, 길 막히면 않되는 데,  빨리 방송해야 하는데, 그랬었는데, 이젠, 이건 취미이고, 우리랑 같이 돈 내고 같이 버스타고 간 서포터들이 먼저 경기장에 들어가게 해야지, 우리를 위해서 버스를 돌아가게 해서 먼저 내려줘서는 않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우리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일종의 보너스니까. 어떻게 보면 서운하게 들릴지 몰라도. 경기시간에 좀 늦게 도착하게 됐을 때는 S석에 퍼플크루 먼저 내려주고 우리가 늦어도 된다. 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우리가 먼저 들어가야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취미인데 여유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축구와 가족


집에서 어머니는 걱정하세요. 주위에서 아들이 축구에 미쳤다더라 이런 얘길 들으셨나봐요. 그 정도는 아닌데, 얘가 일도 팽겨치고 축구장으로 뛰어다닌다고 하는데 TV에도 나오고 하니까, 염려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만일 축구장 못 가게 막으면 안가면 되는데 뭐 어짜피 어머니는 서산에 계시니까, 누구마냥 TV에만 않잡히면-(웃음)

아들 택현이가 예전에 유치원시절 티켓 모으는 게 취미였는데 요즘은 좀 시들해졌어요. 군데 엄마가 이걸 예쁘게 코팅해준다고 했다가 시커멓게 타버렸네요(웃음) 군데 아직 택현이는 몰라요. 몇 개만 태운 줄 알지.(웃음) 혼자 축구 연습하는데 어디서 봤는지 골 세레모니 연습도 하고 그래요. 예전에는 스포츠 기자가 꿈이었는데 애들은 꿈이 그때그때 달라져요. 그래서 축구뿐만아니라 그냥 다양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원정 경기 있을 때 마다 같이 데리고 다녀요. 택현이가 울산하고 제주도만 빼고 다른 경기장은 다 가봤네요.  그런 식으로 문물을 넓혀주는 거죠. 딸내미 바다는 멀미가 심해서 수원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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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웃을 수 있는 그것, 축구>


대전시티즌 경기는 되도록 가족과 함께 가려고 해요. 그렇게 가족의 취미가 하나가 되면 좋자나요. 애기도 축구를 좋아하고 엄마도 아빠도 축구를 좋아해서 취미가 한곳에 모여 있고 가족의 중심이 되는 거죠. 요즘은 다들 공부에 초점이 있어서, 부모는 계속 공부만 하라고 하고 밑에서는 자식들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데, 축구는 그런 거 없이 그냥 다 같이 보는 거자나요.

퍼플크루


예전에 애기들이 어려서 운동장에 다닐 때 잃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유니폼에 전화번호를 쬐그맣게 마킹 해 놓았죠. 그때 이름은 모르겠는데 어떤 서포터가 전화해서 찾아줬던 좋은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대전시티즌은 나한테 뭐 특별히 우상화 되어 있진 않아요. 그렇다고 특별히 비하 되는 대상도 아니고, 그냥 내가 시간되면 언제든지 가서 응원해줄 수 있는 팀. 그렇게 단촐 하게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그런 대전시티즌과 나를 이어주는 통로라고 해야하나, 조금 얘기가 이상해지나? 퍼플크루는 내가 대전시티즌을 좋아하는데 좋은 협력자? 도와주는 매개체, 그런 소속.


퍼플크루가 있음으로써 경기를 더 즐겁게 볼 수 있게 되요. 혼자보거나 가족끼리 보는 것도 좋지만 가족과 가족이 모인 그런 단체에서 퍼플크루가 되어 후배도 만나고 이렇게 하다보면 이런 게 다 퍼플크루자나요. 이번에 퍼플에서 누가 대학에 수시에 합격하고 이런 소식도 듣고 사업하는데 친구들끼리는 뭐가 문제인데 맥주한잔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일상의 연속이죠.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좋은 말이 생각이 않나는데, 나를 축구와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대전시티즌에 빠져들 수 있게, 더 즐겁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비타민? 내가 축구만 보러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사람 만나는 거. 살아간다는 게 사람들끼리 부딛치는 일인데, 퍼플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일상에 축구가 특별한 일이 아닌 취미이고 생활로 일상에 스며들게 해줄 수 있거든요.

축구, 대전시티즌


대전시티즌은 내가 여유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게 유소년 축구. 유소년 축구 해보고 싶어요. 이건 정말 큰돈 않들이고도 할 수 있는 거예요. 최윤겸 감독님 밑에 유소년 담당 코치를 하나 놓거나, 아니면 은퇴하는 선수 잡아서 유소년 축구교실은 하는 거예요. 요즘은 학부모들이 그런 걸 찾아 다녀요. 만일 첨엔 선수들이 없을 거 같으면 대전시내 초등학교 유소년 축구부를 불러와서 일주일에 두 번씩이라던지 해서 얘들이 축구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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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될라면 우선은 클럽하우스하고 전용연습장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클럽하우스하고 전용연습구장도 그래요. 우리가 직접 산다던지 하면 비용이 많이 들자나요. KT나 한화나 KT&G에서 소유하고 있는 땅이 있어요. 개발하기는 좀 그런 부지가 있으면 시에서 협조를 얻어서 이 땅을 무상임대로 20년을 받는다던지 유상이면 저렴하게 받는다 던지 해서 개발은 계룡건설 같은데서 스폰을 받아 불도저로 밀고 잔디심고 건물 짓고 그러면 몇백억 이렇게 않들여도 되거든요. 클럽하우스 짓는 데는 땅값이 제일 큰 문제자나요. 이렇게 하면 얼마 않들여도 되고 시민구단에 맞게 소박하게 짓고나서 나중에 잘되면 호화찬란하게 할 수도 있는 거지만 기본적으로 인조잔디 몇 개 천연 잔디 몇 개 실내 연습장 하나정도 이렇게 맞추면 좋겠어요.

이건 꼭 대전시티즌에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유소년에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시설이죠.

이런 연습구장이 되면 대전시티즌배 유소년 축구대회라도 하나 개최해야죠. 그러면 파주나, 남해나 경주에서 하는 거보다 대전에서 하는게 참석자들에게는 시간상 비용상 훨씬 좋아요. 대전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2시간 안에 다 온 단 말에요.


그리고 서비스로 겨울철에 온천물 좀 끌고 가서 관람석도 한 바퀴 돌려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잔디 밑으로도 쑥 들어가서 잔디 관리도하고, 경기 끝나면 구경한 사람들이 유성 온천에 와서 목욕하고 자고가고, 그러면 유성 지역에 수입도 늘고, 그럴 수 있게 구청같은 데서 검토해볼만한 문제죠. 그래서 중학교 대회, 고등학교 대회 그 정도만 계절별로 하나씩 해도, 처음에는 자본이 좀 들어가겠지만 나중에는 참가비만 받아도 돈을 안들이고도 대전시티즌 이름으로 위상은 높이고, 고등학교 대회 같은 경우 좋은 선수 발굴해서 우리 팀 유소년에 올래 할 수 있는 거 잖아요.

정몽준 회장이 한일이 별로 없는 거 같아도 현대 울산 쪽 봐 봐요. 지금 우리 대전에도 울산 출신 선수들이 몇 명이여. 울산에서 왔다 던지 출신이라고 하면 이규철, 장현규, 김용태, 유재훈, 이형상, 김창수, 우리 팀만 그런 게 아녀요. 타 팀에도 울산 출신이 다 있어요. 포항 하나만 빼고. 처음에 울산에서 유소년 클럽하면서 시작한 게 10여년이 넘다 보니 그 결과가 지금 이렇게 오는 거예요. 이게 바로 팀의 경쟁력이고.


끝으로 즐거운 축구란 어떤 축구인가요?


즐거운 축구란 즐겁게 보는 축구인데,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사고도 나고 때로는 희열도 느끼는 게 즐거운 축구가 아닌가, 삶의 일부가 되어서, 느낄 수 있는 게 축구인 것 같아요. 나는 요즘 우리가 4골 뭐 이렇게 먹어도 막 마음이 무너지고 그러질 않아요. 그냥 4골 먹고 선수들이 의기소침하면 않되는 데, 그런 생각이 들고 선수들이 막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게 보여서 안쓰러운 맘이 들어요. 축구는 그렇게 축구가 삶에 일부가 되는 게 즐거운 축구인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2003년 기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퍼플 아레나. 2004년 5월 26일 그날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이 남았다.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일렬로 난간에 기대어 있는 이들. 그분들의 나이가 30대 혹은 40대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중요했다. 쉽게 웃어서도 않되고 쉽게 울어서도 않되는 나이가 되면 쉽게 울지 못하고 쉽게 웃지 못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허물을 벗어 버려도 되는 곳이 있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 수도 있고 크게 웃어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다. 수굿이 쌓여있던 감정들을 깨워 그라운드위의 선수들과 함께 뛴다.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어색해지지 않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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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하고, 유쾌한 아름다운 뒷모습
하지만 거져 얻어진 것이 아닌-
그들이 용감하게 찾아나서 이루어낸 것들~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용기가 필요해진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웃는 것, 우는 것, 그렇게 즐기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해진다. 그것은 누군가가 먼저 번지점프를 했던 용기가 전염이 되듯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이된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인생의 길에서 축구를 옆구리에 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분, 분들에 의해 용기를 마음을 배운다.